농구...

[스크랩] `김승현 죽이기`가 농구계에 남긴 정치적 의미

최강동원 2010. 11. 24. 00:12

 

 

김승현은 영웅이나 독립투사는 아니다.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작 죄는 같이 짓고 혼자만 독박을, 그것도 과도하게 뒤집어썼다는 게 문제다. 김승현에 대한 감상적 동정론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1년을 끌어온 막장 드라마는 결국 김승현의 농구판 추방과 오리온스의 '정치적인 승리'로 마감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1일 신사동 KBL센터에서 오리온스 구단과 김승현 간의 보수 지급 법정 분쟁에 대한 재정위원회를 열고 김승현의 임의탈퇴 공시를 최종결정했다. 지난 2009년 8월11일 KBL 이사회에서 결의된 '선수가 보수 조정 결정에 불복할 경우 KBL이 해당 선수를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2009년 김승현과 오리온스구단간의 이면계약 폭로파문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결국 김승현 측의 완패로 끝났다. 이런 결말은 어차피 처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거대한 조직과 KBL의 규정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를 업고있는 구단의 막강한 힘 앞에서 일개 선수가 저항할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없었다. 물론 김승현이 오리온스 구단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만큼 이제 KBL의 손을 떠나 향후 법적 공방에 따른 2라운드가 남아있지만 여전히 김승현 측으로서는 쉽지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승자와 패자를 떠나 농구계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농구계의 어두운 관행으로 알려진 뒷돈 거래가 처음으로 폭로된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였고, 돈밖에 모르는 선수와, 법위에 군림하는 구단 이기주의, 그리고 권위를 상실한 무능한 행정력이 만났을때 어떤 추태를 보여줄수있는지를 똑똑히 입증했다.

 

 

촉망받는 스타였던 김승현은 이제 타의에 의하여 농구계에서 하루아침에 추방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01~02시즌 프로에 데뷔하여 입단 첫해 신인왕과 MVP, 소속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그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에 20년만의 금메달까지 안기며 차세대 슈퍼스타로 등장했던 김승현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한국 프로농구사에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남게됐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자처한 것은 김승현 본인도 책임을 피할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간 가장 큰 원인은 오리온스 구단 측에 있다. 2006년 FA로 풀린 김승현을 잡기위해 '불법'인줄 알면서도 뒷돈까지 들여 거액을 제시했던 것은 오리온스 구단측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어 계약을 파기하며 신의를 잃었고 선수를 벼랑끝까지 몰고갔다.

 

 

농구계에서 이면계약이 김승현과 오리온스 구단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2008년 KBL의 리그 자정노력으로 인한 뒷돈거래 근절 방침이 나온 것은 시기적으로 이미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대신 이전에 이면게약을 맺었던 구단들은 선수와 합리적인 협상을 통하여 어느 정도 연봉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고, KBL도 어느 정도는 알면서 이를 묵인했다.

 

 

 

 

 

 

 그러나 오리온스 구단은 처음부터 김승현의 이면계약을 완전 백지화시키기 위하여 시작부터 초지일관 극단적인 강수로 일관했고, 감정적인 일처리로 선수와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리온스 구단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강행할수 있었던 것은 양측 고위층간 결탁한 KBL의 비호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KBL은 이면계약의 존재를 밝혀내고도 출장정지와 몇천만원의 벌금이라는 소극적인 징계에 그쳤다. 징계의 형식은 갖췄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가렵지도 않을 수준의 솜방망이 징계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론의 질타가 빗발쳤지만 KBL과 전육 총재는 오리온스 구단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연봉이 3분의 1로 추락하며 이미지까지 손상된 김승현이 받은 실질적인 피해와 박탈감은 구단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김승현은 올시즌 1군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않았다. 김승현은 이미 오리온스에서 마음이 떠난 상황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자력으로 FA 자격을 얻는 것도 불가능했다. 김승현이 구단 측에 제시했거나 상대팀이 오리온 스구단에 타진한 트레이드 요청은 모두 묵살되었다. 오리온스 측에서는 "김승현이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사실상 엄청난 연봉삭감에 이어 이적 자유까지 봉쇄한 것은 손발을 묶고 선수에게 일방적인 백기투항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에서 또한번 확인할수있는 것은, 구단과 선수, 혹은 리그와 선수간의 갈등시에 농구계에서는 선수의 권익을 보호할수 있는 기구나 제도적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김승현의 경우 본인의 과실도 크다고 하지만, 구단 측에 비하여 일방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노조나 선수협의회같은 조직에 대하여 거부반응이 강하다. 구단들의 눈치를 볼수박에 없는 KBL은 그간 이적이나 연봉협상 등의 문제에서 선수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때 구단과 리그가 '규정'과 원칙을 등에 업고 사실상 선수 개인의 인권과 권익을 좌지우지하더라도 이에 항거할 대안이 없다는 것은 김승현이 아니더라도 또다른 제2의 피해자를 양산할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문제다.

출처 : 일생에 단 한번, 아주 특별한 순간
글쓴이 : 구사일생 원글보기
메모 :

'농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LG Vs. KT...<1, 2 쿼터...>  (0) 2011.01.01
LG Vs. 동부...1,2쿼터...  (0) 2010.12.15
창원 LG Vs. 인천 전자랜드...<전반>  (0) 2010.10.31
창원 LG Vs. 인천 전자랜드...<후반>  (0) 2010.10.31
전자랜드Vs. KCC...  (0) 201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