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한지 8년만에 처음으로 요리 글을 쓴다. 몇년 간 집에서 떨어져 혼자 살면서 음식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요리가 많이 늘었었다. 대학 다닐 때 친한 동생들이랑 살았었는데 그때 녀석들이 엄마라고 불렀을 정도로 나는 남자치고 제법 다양한 요리를 할 줄 알고 제법 맛있게 만든다. 집에 다시 들어가서 살게 되고 결혼 후에는 이제 요리에 손을 놓아서 예전 실력은 안나오지만 최근 지인 블로거들이 매일 요리 포스팅을 하길래 이 참에 나도 한번 뛰어들어볼까 한다. 워낙 블로그에 많은 컨텐츠(그래봤자 맛집, 취미생활 정도지만)를 다루다 보니 자주는 못하겠지만 가끔 주말에 내가 만들어 먹으면 올려보도록 하겠다.
첫 요리는 아는 '물감 영감(http://shutternori.com)'이 얼마 전 포스팅한 '간단 10분 수육 만들기'다. 개인적으로는 구운 돼지고기 보다는 수육의 그 담백한 맛을 좋아해서 자주 해먹는 편이다. 처음 구미로 이사오고 지인들이 집들이를 올 때면 내가 항상 직접 수육을 삶아 줬었는데 집에 '오쿠'가 생기고 나서는 '오쿠'로 수육을 해먹었다. 2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 맛은 제일 좋다. 근데 10분만에 수육을 만들 수 있다니? 흥미가 생겨서 주말에 해먹어 보기로 했다.
마트에서 돼지고기 앞다리(전지)를 사왔다. 고기 때깔이 아주 좋았는데 카메라 설정이 잘못 된건지 뭐랄까.. 육즙이 다 빠져버린 오래된 고기 처럼 사진이 찍혔다. 형의 레시피 대로라면 이 녀석을 한입 크기로 썰어야 한다. 보통 수육은 덩어리 그대로 삶는 게 정석인디..
직접 고기를 썰고 싶어서 덩어리로 사왔는데 집에 칼을 아무리 갈아도 오래되서 그런지 고기가 잘 안 썰리더라. 나중에 썰다 보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었다. 그냥 진작에 한입 크기로 썰어 달라고 할걸..
냄비에 물을 조금 받아주자.
그러고는 찜판을 올리고 그 위에 양파를 깔아준다. 그 형은 양파를 안 깔고 버섯을 깔던데 굳이 똑같이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근데 수육 하는데 왠 찜판이냐고?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수육이 아니고 고기를 만두 마냥 찌는거다. 사실 나도 해보기 전에는 이게 과연 될까 싶었다.
통 후추를 준비해 둔다.
양파 위에 고기를 가지런히 깔고 통후추를 적당량 뿌려준다.
그 위에 다시 양파를 조금 깔고.. 양파 양이 너무 작다. 더 많은 양을 요구 했으나 집사람이 까기 귀찮다고 안주더라.
남은 고기를 마저 깔고 다시 통후추를 뿌려 주도록 하자.
그리고는 뚜껑을 덮고 불을 켜주면 끝. 뭐 정확한 시간을 재지는 않았는데 엄청 빨리 된다. 대충 10 ~ 15분 정도 지난 후 뚜껑을 열어보고 익었다 싶으면 불을 꺼주자.
호오.. 일단 겉모습은 그럴싸 하다. 통 후추 때문에 조금 지저분해 보이긴 하지만.. 소금만 살짝 뿌려서 하면 간도 배이고 더 좋을 듯 하다.
나름 이쁘게 담아내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잖아. 이렇게 담고 있으니 옆에서 "오? 이쁘게 담는데?" 라고 하더라.
내가 수육을 준비하고 그 동안 나머지를 준비해 준 집사람
음.. 초점이 마늘에 가버렸군. 청량 고추, 마늘, 쌈장 그리고 오른쪽 위는 회간장과 생 고추냉이다. 회 찍어먹는 녀석이지만 수육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또 색다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오이 소박이
파 무침
새우 젓갈이 없는게 아쉽지만 잘 익은 김장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도록 하자.
"마무리"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빠른 시간에 수육과 비슷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보았다. 물론 내 오리지날은 아니고 '물감영감' 레시피를 따라 한거지만. 고기가 직접 물에 닿지 않아서 그런지 더 담백하고 기름기가 쪽 빠져 담백한게 완전 내 스타일이다. 고기 자체의 문제였는지 약간 퍼석거리기는 했지만 '물감 영감'이 직접 해먹었을 때는 완전 쫄깃했다고 한다. 왠지 삽겹살로 해도 맛있을거 같은데..
처음으로 요리 글을 쓰다 보니 왠지 어색하기도 하다. 요리라 하기에는 너무 쉬운 듯 하기도 하고.. 뭐 전문 요리사도 아니고 요리할 일이 확 줄다 보니 어려운 요리는 힘들거 같고 이렇게 가끔이나마 앞으로 요리 포스팅을 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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