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의 운영미숙으로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한국판 전국 운동회'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던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어느덧 중반에 돌입했다. 당분간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과 반가운 금메달 소식에 눈이 가려지겠지만, 얼마 있지 않아 2014 인천아시안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가 시작할 것이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잇따를 것이고, 앞으로 인천시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도 시작될 것이다.
굳이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지만, 인천시를 감싸고 있는 '검은 그림자'에 대해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 차피 인천과 대한민국이 떠앉아야 할 짐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4년 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효과를 비롯한 세계적 규모의 스포츠 제전이 개최된 이후의 뒤처리 문제는 더욱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우선,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인천시가 내놓았던 장밋빛 전망부터 체크해보도록 하자.
1.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제전인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체육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남북관계 분야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17개 경기장을 새로 건설하고 도로교통망을 확충함으로써 7조3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둘 것.
2. 45개국 선수·임원·취재진 2만3천명, 외국인 관람객 20만명을 포함한 관광객 200만명의 소비활동에 따라 전국적으로 3조2천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를 기대. '관광 분야에서는 숙박업·요식업·운수보관업 등이 호황을 누릴 것.
3. 대회운영·광고 등 다른 분야까지 모두 합치면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총 13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
4. 북한의 참가가 확정되면서 인천시가 남북화해의 구심 역할을 하는 평화의 도시로 부각될 가능성도 커지. 인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지역 수출상품의 부가가치와 신뢰도가 오르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
물론 우리는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 'OOO의 경제효과'라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 계산에서 나온 거짓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어마냥 부풀어오른 경제효과 추산을 하는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뻥튀기'에 전념하고 있다. 예측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긴 하는 걸까? 이번에는 인천시가 제시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인천시가 직면한 당장의 현실을 점검해보도록 하자. 아무래도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이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인천시는 17개 신설 경기장 건설을 위해 무지막지하게 발행했던 지방채의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예산은 총 1조 7천 224억 원으로 4천 677억 원(27%)는 국비 지원을 받았지만, 나머지 1조 2천 523억 원(73%)는 시비로 마련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673억 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매년상환액이 증가한다. 2020년에는 1천 573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2029년 218억 원을 갚으면 경기장 건설 관련 채무는 마무리가 된다.
물론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신설 경기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경기장 투어, 양궁 체험, 사격체험, 스케이트장 운영 등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수영 프로그램 운영, 스포츠센터 운영, 상 설 공연장, 소규모 공연장 마련, 오토 캠핑장 설치 등으로 시민들이 생활 체육과 문화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 상태에 있고, 경기장 주변의 상업시설이 중복되어 있는 등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현실적인 고려가 반영된 정책이겠지만, 과연 얼마 만큼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각종 프로그램의 운영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과거의 경험들에 비추어 보자면, 초반에 뭔가 해보려고 시도는 해보지만 결국 경기장은 문이 닫힌 채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초에 인천시는 입장권 수익으로 최소한 대회운영비를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입장객 수입이 목표액의 85% 수준이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 조직위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지난 20일까지 입장권 판매 수입은 목표액인 355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팔리지 않는 비인기 종목 경기의 입장권을 각 정부 부처에 할당(70억 원 가량)해서 의무적으로 구입하게 한 결과였다.
방송권과 스폰서 등을 통한 마케팅 수입을 245억 원으로 책정했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중계권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구입을 포기했다. 광고의 경우에도 기대했던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업게 관계자는 "낮 경기에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판매돼 들어가는 광고는 거의 없을 정도"라면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월드컵 다른 스포츠 경기보다 덜하고 미녀응원단 등 이슈도 없어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방송광고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냉정한 현실에 대해 각각 짚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인천시가 처한 상황은 훨씬 심각해 보인다. 실제로 '대형스포츠 행사'를 개최했을 때 경제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오히려 성장 모멘텀이 사라져 경제적으로 퇴보 현상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박광우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메가스포츠행사 개최의 경제적 효과'라는 글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국가들의 경제는 평균적으로 대회 개최 전까지 건실한 성장을 하다가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성장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 구체적인 예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4년 아네테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들었다.
대한민국의 경우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달리고 있다가 올림픽을 개최한 다음인 1989년에 성장률이 6%대로 하락했고, 중 국은 14%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올림픽을 개최한 다음에 성장률이 9%대로 하락하고 말았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 개최를 위해 쓰인 과도한 비용 지출이 재정 위기에 한몫했음을 부정할 순 없다.
그리스의 사정은 어떨까? 현재 그리스는 대회 이후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올림픽 관련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만 매년 5억 유로(6,900억 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이것이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인천의 미래는 아닐까? 이처럼 소위 메가스포츠행사를 개최하는 데는 상상 이상의 지출이 뒤따른다.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용은 눈덩어리처럼 불어난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무려 500억 달러를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이라는 기록을 세우지 않았던가? 당장 화려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카메라와 세계의 시선이 떠난 후에 남은 재적 적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베트남 정부가 2019년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던 것은 결국 재정적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고, 지자체로서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나 지자체의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하고 보자는 허술하고 방만한 유치 추진은 지양해야만 한다. 결국 그 빚더미와 책임은 국민 혹은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면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이미 빚더미에 앉은 알펜시아 문제 등으로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동계올림픽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 외에도 올림픽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 훼손되는 자연 등을 고려하면 '실(失)'이 엄청나게 큰 것이 대형 스포츠 행사이다. 이제는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눈 앞의 현실을 외면한 채 '화려함'만을 좇다가는 남는 것은 '파산'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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