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교정시설...(사건사고포함)

청송 제2교도소 지금은…

최강동원 2010. 11. 2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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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폭행·자해 일삼는 악질 수용자들이 오는 곳
수용실 90%가 독방 20㎡ 1人운동장서 운동
再이감 악순환 막으려 '아리랑 캠프' 운영하기도

"2012년에 출소하면 그 교도관을 찾아가 복수하려 했어요." 김모(26)씨는 작년 6월 교도관을 몽둥이로 두들겨 패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상점에서 100여만원을 훔쳐 인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전과 7범인 김씨는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소년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어머니 얼굴은 스무살 때 교도소에서 처음 봤다. 지난해 알코올 중독 아버지가 병원에서 자살한 뒤 정신과 치료도 받아왔다.

"남의 집에서라도 사랑을 훔치고 싶었다"는 그는 "교도소에서 평생 살 각오로 '누구 하나 걸리면 죽여버리겠다'는 증오심만 가득했던 때"라고 했다. 가는 교도소마다 소란을 일으키며 5개의 교도소를 거쳤다.

올 7월 더 이상은 갈 데가 없었다. 청송 제2교도소로 이감된 것이다. 김씨는 "청송에 온 뒤 비로소 우는 게 부끄럽지 않다는 걸 알았다"며 "요즘은 매일 밤 부모님 생각에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왜?

청송 제2교도소


교도소 중의 교도소

청송교도소와 제 2·3교도소, 청송 직업훈련 교도소가 한데 모여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 80년대부터 삼청 교육생을 수용하며 청송은 교도소로 악명 높았다.

2005년까지 형기가 끝난 죄수들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시키는 보호 감호소가 있었다. 자연히 '거물' 재소자들이 많았다. 지역 이미지를 우려한 주민들이 교도소 이름을 바꿔달라는 서명 운동을 벌일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청송 제2교도소는 '교도소 중의 교도소'라 불린다. 김씨처럼 전국 47개 교정 시설에서 처치 불가능한 수용자들만 모아놓은 곳이다. 김정국 교도관은 "이곳은 교도소에서 죄를 지으면 오는 곳"이라고 했다.

전국 5만여명 수용자 가운데 중(重)경비 시설 대상자로 분류되는 S4 등급이 약 2500명이다. 그중 교도관을 상습 폭행하거나 자살, 자해 시도로 소란을 피우는 등 '악질 수용자'만 뽑아 관리하는 곳이 바로 청송 제2교도소다.

'엄중 격리 대상자'로 분류되는 이들끼리의 충돌을 사전에 막기 위해 청송 제2교도소의 850여개 수용실 중 90%는 독방이다. 격층 격방 수용이 원칙이라 한 방 걸러 빈방을 놔둔다. 밥도, 종교생활도 개인별로 한다.

목욕도 복도에 하나씩 있는 목욕탕을 시간대별로 나눠 혼자 한다. 하루에 한 차례 운동도 약 20㎡(6평) 크기의 '1인용 운동장'에서 한다. 7개 칸막이로 나눠진 '셀'에 한명씩 들어가 맨손체조 등을 하기 때문에 수용자들끼리 마주칠 일이 없다.

사회에서 죄를 지으면 교도소를 가고, 교도소에서 죄를 지으면 청송 제2교도소로 간다. 수용자들끼리의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운동도‘1인용 운동장’에서 개인별로 이뤄진다. 이‘감옥 중의 감옥’에서 지난달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 보니 '코걸이'들도 많다. 코걸이는 지능적으로 교도관을 괴롭히는 수용자를 일컫는다. 안희현 교도관은 "1년에 법무부 장관 청원 98건, 인권위 진정 104건, 청와대 민원 40건, 행정심판 제기 103건, 정보공개 청구 150건을 한 수용자도 있다"며 "스스로도 '손가락 운동하며 직원들 괴롭힌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청송 제2교도소는 '교도관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처음 발령받아 온 신입 교도관들도 수용자들에게 호되게 당하며 몇 차례 '훈련'을 받고 나면 나중에 어느 교도소를 가더라도 환영받는다는 것이다.

'아리랑 캠프'

이곳에도 지난달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2008년 기준으로 40%의 수용자가 청송 제2교도소를 나가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문제를 일으켜 재(再)이감됐다. 격리만으로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정 본부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아리랑(我理朗)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각계 강사를 초빙해 하루 4시간씩 2주간 성격검사, 분노조절 훈련, 대인 관계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지난 8월 김씨를 비롯한 10명의 수용자가 시범교육을 받았다. 이들 10명은 교육 전까지 얼굴도 몰랐다. 엄중 격리 대상자들이었기 때문에 전에는 형식적인 인성교육도 없었다. 독방에서 시간을 때우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안병호 교도관은 "그동안 '교정 교육' 자체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말 안 듣는 수용자들 교육시켜 뭐하냐'는 시각도 많았다"고 했다. 사고에 대비해 교도관 6명을 배치한 상태에서 토론과 발표 교육을 했다. 반응은 예상 외였다.

김씨는 "청송에 와서 처음 해보는 독방 생활이 너무 힘들던 차에 교도관의 권유로 교육을 받았다"며 "내 속의 이야기를 남 앞에서 꺼내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이모(40)씨는 "교육 전 운동화와 수의를 깨끗이 빨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며 "그동안 나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애인을 살해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0년째 복역 중이다. 부산과 안동교도소에서 동료를 폭행해 올 5월 청송 제2교도소로 왔다.

이씨는 이번 교육을 통해 그간 연락이 끊겼던 딸(17)도 찾아보기로 했다. 연초에 엄마 성(姓)으로 호적을 바꿔준 후 서류상으로 또 한 번 이별의 아픔을 겪은 그다. 교도관을 통해 딸과 영상 편지를 주고받으려 했던 것이다.

이혼한 전 아내와 딸의 거부로 이 시도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는 "나는 이미 기록상으로 매우 나쁜 사람"이라며 "날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딸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아리랑 캠프는 18일까지 2기 교육을 마쳤다. 지원자는 10명씩만 받는다. 안 교도관은 "아리랑 캠프 같은 집중 교육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교도소로의 수출도 염두에 두고 이름도 아리랑으로 지었다"고 했다.

"저희는 독방이다 보니 다른 수용자들을 만나 권유할 수도 없어요. 기사를 통해 다른 수용자들이 이걸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악질 중의 악질'이라는 청송 제2교도소 수용자들이 교육 프로그램 홍보를 부탁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