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교정시설...(사건사고포함)

'야자' 싫어 자퇴한 20대女, 사시 수석합격한 비결은?

최강동원 2013. 11. 20. 08:27

 

머니투데이 | 하세린 기자 | 입력 2013.11.20 06:03

 

"수석합격하셨습니다"

제55회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3일 아침 법무부로부터 전화를 받은 신지원씨(23)는 깜짝 놀랐다.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해 마음을 비우고 있던 터였다.

"첫 과목을 너무 망쳤다고 생각해 불합격을 예상했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마음은 비워두고 있었다. 다시 시험을 칠 자신이 없어 지난 6월말 2차 시험이 끝난 후부터는 아예 공부도 안 했다"





제55회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인 이화여대(법학·4년) 신지원씨(23)/ 사진=하세린 기자

올해 사시 수석합격의 주인공인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인 신씨를 18일 오후 이화여대 앞 카페에서 만났다.

신씨의 고교 시절은 뛰어나다기보다는 독특했다. 2005년 3월 대구의 한 여고에 입학한 신씨는 매일 밤 11시까지 타율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게 싫었다. 공부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고교 입학 한달 만에 자퇴했다. 이후 신씨는 검정고시를 거쳐 이화여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신씨는 고시 공부도 '자율성'을 갖고 했다. 하루 공부량을 채우기 위해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사용하는 스톱워치도 아예 마련하지 않았다. 하루에 꼭 몇 시간은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싫었다.

"스톱워치에 시간이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게 신경 쓰였다.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보다는 내가 할 공부를 다 했을 때 인터넷을 한다거나 TV를 보는 식으로 스스로에게 보상을 줬다"

2011년 고시 공부를 시작해 2년여만에 수석합격을 했다면 그만의 공부 노하우가 있을 터. 신씨는 "책을 입체적으로 보는 걸 좋아한다"며 "처음부터 무조건 열심히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면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을 짚은 뒤 책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본다"고 했다.





신지원씨가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로부터 받은 책들/ 사진=하세린 기자

신씨는 앞으로 "검찰에서 일하며 피해자 지원에 힘쓰고 싶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 3학년 때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의 형사소송법 수업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하루는 조 교수님이 수업에서 피해자 관련 부분을 다루셨다. 우리나라에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만드신 분인데, 피해자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본 게 굉장히 신선했다. 당연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잊혀져 왔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을 다루는 게 진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씨는 "얼마 전 집주인이 계약만료 일주일 전에 '월세를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라'고 통보했다"며 "(임대차보호)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망정이지 몰랐다면 며칠 만에 집을 나가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월 전부터 1월 전까지 통보를 해야 계약이 만료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

신씨는 "법에 의해 보호가 되는데도 법을 모르는 임차인들은 피해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말로 법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하세린기자 i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