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이 천부의 기대는 보기좋게 뒷통수를 맞고 말았습니다...
사회와 종교와 미제사건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 탐사하는 저널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오늘 방영된 내용은 무색무취 그 자체였습니다. 국가가 저버린 신뢰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만, 그동안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쳐 불편부당을 고발하던 시사프로그램이 마치 악랄한 주술사의 농간에 취한 듯, 타락한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 당혹감을 감출 수 없고, 갑작스러운 변절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절망감으로 다가오더군요. 언론장악의 위력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더욱 이 정권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풍전등화와 같은 운명에 놓인 대한민국號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참사는 분명한 인재입니다. 더불어 사태의 심각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국가의 중구난방이 낳은 관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참사의 단초인 인재에 대한 부분, 즉 선주의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안전불감증이 빚은 과실에 대한 처분은,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함은 두말 할 나위없고, 반론의 여지 또한 없을 줄로 압니다. 한데 정작 다루어야 할 것은 관재에 대한 부분이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존립의 핵심 가치라 한다면 저질스러운 관료들의 미흡한 초동대처나, 보여주기식 이미지정치에 매몰된 국정최고책임자의 소탐대실의 행태, 그리고 우왕좌왕으로 구조의 적기를 놓쳐버린 중대본과 해경은 패륜행위를 저지른 것과 다름이 없다 이 말입니다...
하기에 책임소재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이번 참사의 희생자와 아직 자식들의 생사 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 그리고 비탄에 젖어있는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참사는 국가의 무능이 저지른 범죄란 것이 명백하며, 그 책임 또한 국가에 있음이 자명할진데, 정부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사유화된 언론을 통제하여 악화된 여론을 상쇄 또는 분산시켜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이는 돌이키기 힘든 과오를 범하는 것입니다. 팽목항 앞 바다속에는 아직도 부모의 품에 안기지 못한 아이들이 갇혀있습니다. 더 이상 그 가여운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지 말기를 이 정부에 권유합니다...
졸지에 금쪽같은 자식을 잃은 그 부모들의 비통함을, 생사 조차 확인할 수 없어 애끓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함을, 어른인 것이 부끄러워 차마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는 국민들의 긴 탄식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속칭 박근혜의 입이라는 이정현이 본색을 드러내며 "정부가 위기니 도와달라" 고 언론사 간부들을 회유한 것이나, 청와대 주도하에 이번 참사와 관련없는 부처까지 총동원하여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려는 치졸한 작태는 국민들의 공분을 살 뿐입니다. 대참사 발생에는 우왕좌왕하며 대응에 처참하게 실패한 정부가 여론 악화에 따른 정권 위기를 모면키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그 작태 또한 일사불란하다면, 국민들은 과연 당신들을 어떻게 볼까요? 참회는 커녕, 자신들의 안위만 보살피려는 그 못된 이기심에 상심하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으십니까? 도덕불감증에 걸린 당신들을 비난하는 것이 그토록 불쾌하십니까?...
# 정부의 식상한 사후약방문, 부끄러움을 모르십니까?...
정부의 무능으로 불신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재난대처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언제 대재난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팽배해져만 가고, 허접한 마스터플랜과 콘트롤타워 붕괴는 또 다른 대재앙을 예고하는 듯 하니, 총체적으로 부실한 정부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갈갈이 찟긴 국민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할 것이고, 반목과 대립으로 깊어진 갈등의 골은 누가 메울 것이며, 이번 참사로 빚어진 실추된 국격은 누가 되찾을 것입니까? 이마저도 미개한(?) 국민 탓으로 돌릴 요량이라면 일찌감치 자리를 정리하심이 그나마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최선의 선택일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은 온국민을 피의자로, 피해자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무능한 정부의 안이한 위기대응 능력이 부른 관재라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PD의 트윗
어제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얻은 수확이라고는, 고작 미공개 교신내용 음성파일에 대한 의혹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의혹에 그치고 있지만 말입니다. 과연 교신내용 육성원본에 세월호사건의 실마리를 풀수있는 단서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이 논란 와중에도 보안이라는 미명으로 감추고 있는 해경의 작태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번 참사는 그야말로 의혹, 의혹투성이입니다. 확인해야 할 것과 밝혀내야 할 것이 산재해 있습니다. 조목조목 차분히 파고들어 이 파렴치한 정권의 실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 이제 남겨진 자들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피어나기도 전, 속절없이 떠나보낸 아이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만 있다면...
이 미안한 심정을 아이들에게 전 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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