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주차장선 무슨 일이…
③ 대전 대성동 아파트주차장 살인사건
어스름한 달빛만 비추는 적막한 겨울 새벽.
대전 모 아파트 경비원은 새벽잠을 떨치며 자신의 순찰구역을 살피던 중 수상한 차량을 한대 발견했다.
평소 주차장소가 부족해 줄지어 평행 주차된 차량이 많이 있었지만 이날 비스듬히 평행 주차된 차량 1대가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었던 것.
이 곳 아파트 주민의 차량임을 확인한 경비원은 차량 안에서 자고 있는 듯한 A(당시 42세·여)씨를 발견하고는 창문을 두드렸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수상함을 느낀 경비원은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A 씨의 가족을 깨워 차량을 확인토록 조치했다.
차량 문을 연 A 씨의 가족은 피를 흘리며 숨져있는 A 씨를 발견한다.
지난 2004년 12월 5일 오전 3시 30분쯤 대전 동구(당시 중구) 대성동 00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발견된 A 씨의 사체는 10여곳이 넘는 자상으로 인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자상은 칼에 찔려 나타나는 상처로 누군가 흉기를 이용, A 씨를 향해 수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것이다.
A 씨의 손에도 흉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돼 범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당시 수사에 나선 경찰이 A 씨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모임을 갖고 집으로 귀가하던 A 씨가 아파트 인근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사건발생 전 A 씨는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지인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평소 영업직과 개인사업 2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고 바쁘게 생활하던 A 씨는 주변 지인들도 많았고 술자리에 참석하는 일도 잦았다. 이날도 지인과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신 A 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요청해 집으로 귀가했다.
경비원에게 발견되기 1시간 전쯤인 오전 2시 30분쯤 대리운전 기사와 함께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출발한 A 씨는 3시쯤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이후 대리기사를 돌려보냈고 직접 차량을 운전해 아파트 주차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리기사와 헤어진 후부터 경비원에게 발견될 때까지 약 30여분간 A 씨의 동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수사 초기 A 씨와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했던 대리운전 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하고 조사에 나서 핸드폰통화내역을 통한 동선 파악, 차량에서 발견된 지문과 대조하고 거짓말 탐지기까지 이용했지만 혐의점을 밝혀내긴 어려웠다.
특히 피해자의 차량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에 희망을 걸고 수사에 나섰지만 대조는 가능하나 신원파악은 불가능한 지문으로 나타나 범인 색출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 이곳 아파트에는 당시 CCTV가 설치돼 있었으나 피해자가 살해된 장소로 보이는 지상주차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범인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조차 없었다.
대전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 이광규 형사는 "피해자 직업의 특성상 주변에 만나는 사람도 많아 사건 초반 원한에 의한 살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중점돼 있었다"며 "장기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한 방향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모 기자 ksm11@daejonilbo.com
◇신고·제보=대전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 ☎042(609)2772, 인터넷 홈페이지(http://djpolic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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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대전 미해결 강도살인사건 범인 '검거' | |||
대전경찰, '대성동 살인사건' 끈질길 수사로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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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지방경찰청 강력계 김정대 계장(왼쪽)이 8년전 미해결 살인사건인 '대성동 아파트 주차장 강도살인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대전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과학수사의 발달로 8년전의 미해결 사건의 범인이 드러났다.
대전지방경찰청은 30일 8년전 발생한 대전 동구 대성동 아파트 주차장 살인사건의 용의자 A씨(53)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12월 5일 오전 3시 30분쯤 대전시 동구 대성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귀가하는 B씨(당시42.여)를 흉기로 여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범행 당시 사채업을 하면서 채권회수를 위해 평소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던 중 술을 마신 상태에서 귀가하는 B씨를 따라가 '현금 300만원을 달라'고 협박, B씨가 대항하자 가슴, 옆구리 등을 찔러 살해하고 현금 4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 대전 대성동 아파트 주차장 강도살인사건에서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지문 일부가 발견된 칼자루집 등의 증거품. |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강력 5개팀 37명의 전담팀을 꾸리고 수개월에 걸쳐 용의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 현장에는 CCTV가 없던 상태였으며 피해자 혈흔, 용의자가 사용한 칼의 자루집에서 발견된 지문 일부 외에는 특별한 증거가 발견돼지 않아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당시에는 과학수사가 발달되지 않아 발견된 지문이 완전한 지문이 아닌 '쪽 지문'으로 용의자 1500여명에는 해당 지문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8일 흉기 사용 강도 전과자 79명을 대상으로 발견된 '쪽 지문'을 재 감정 대조, 지난 15일 일치하는 용의자가 나와 28일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특수 강도 혐의로 징역 5년을 살다 지난 2010년 1월 29일에 출소, 체포 후 범행 일체에 대해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당시 사채업을 하면서 돈을 빌려준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하자 전혀 상관없는 B씨를 발견하고 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번 사건은 대전지역 미해결 7대 살인사건 중 하나로 나머지 강력사건도 조속히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경찰은 지난해 2월 11일 전국 최초로 수사과 강력계에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신설, 현재까지 13명을 검거하고 71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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