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1월 19일 강원도에서 김우정(28), 장일랑(27·여)씨 부부를 엽총으로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정모(36·사업·강원 동해시)씨와 한모(33·회사원·수원시 권선구)씨 등 2명을 6일 긴급체포했다.
김씨 부부는 7년전부터 동거를 해오다 지난 1월17일 결혼식을 올린 김씨 부부는 이틀 뒤 그랜저승용차를 몰고 강원도 삼척시 외삼촌댁으로 신혼여행을 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지난 6일 검거된 강원도 삼척 신혼부부 살인사건 용의자 정모(36·회사원)씨는 “신혼부부가 탄 차량이 먼지를 일으키며 추월해 화가 나 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랜저 승용차가 먼지를 내며 추월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가 결혼 이틀만에 새삶을 설계하던 젊은 신혼부부의 꿈을 앗아갔다.
신혼의 설레임 속에 외삼촌댁으로 향하던 김씨 부부는 1월 19일 삼척시 노곡면 능선 비포장도로 언덕길에서 정씨 등 2명을 만났다.
공사중인 도로였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도로 폭이 좁은 길을 올라가던 김씨 부부는 꿩사냥을 하러 가기 위해 앞서가던 정씨와 한씨의 액센트승용차를 추월했다.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한씨가 운전하던 액센트가 다시 김씨의 그랜저승용차를 추월했다. 역시 먼지를 피하려는 의도였다.
그랜저가 다시 한씨를 추월하는 등 좁은 언덕길에서 김씨와 한씨의 추월경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와 정씨 사이에는 심한 욕설도 오고갔다.
너무도 쉽게 숨진 두 생명
3분여동안 서너차례 추월을 반복하던 정씨는 갑자기 15m 뒷편 액센트승용차 안에서 엽총을 쐈다.
정씨가 사용한 엽총은 5연발로 산탄식 실탄을 사용하는 이탈리아제 베넬리 엽총(총번 F51809).
이 엽총은 멧돼지 사냥에 주로 사용되며 정씨는 이 엽총을 자신의 과거 주소지 관할 경찰서인 대전서부경찰서에 영치해 두었다 지난해 11월26일 출고했다.
김씨는 엽총탄알에 뒷머리를 맞아 앞으로 쓰러졌고 김씨의 아내 장씨는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남편을 차 밖으로 끌어내렸다.
이때 뒤따라오던 정씨는 한씨와 함께 차에서 내려 김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 “살려내라. 남편을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김씨의 아내 장씨가 “나도 죽여라”고 외치며 달려들자 정씨는 실탄 2발을 장씨 가슴과 목부위를 향해 발사, 장씨를 그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정씨 등은 김씨부부를 살해한 뒤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그랜저승용차 안에 있던 수표와 현금이 들어있던 손지갑과 가방 등을 인근 도로변에 버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씨는 경찰에서 “사업도산으로 수원, 대전, 강원도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느라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는데 좁은 길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추월하는 그랜저승용차를 보고 순간적으로 울분을 참지못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 등 2명이 범행에 사용한 뒤 대전 서부경찰서에 영치해 두었던 이탈리아제 베넬리 엽총 1정을 증거물로 압수하고 이들의 신병을 이 사건을 수사중인 삼척경찰서에 인계했다.
“먼지를 일으키며 추월한 고급차에 대한 그릇된 반감”이 새로운 인생을 막 시작하려던 젊은 신혼부부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화가 나서 엽총 쐈다”
정씨는 “왜 김우정씨 부부를 살해하게 됐나”는 질문에 “최근 사업에 실패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 그날 김씨 부부가 비포장도로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우리 차를 추월해 화가 나 살해했다. 남편 김씨를 먼저 총으로 쏜 뒤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강도강간 등 전과 6범인 정씨와 절도 등 전과 5범인 한씨는 지난 96년 10월께 수원 매산로에서 팔도강산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면서 사장과 종업원 관계로 알게 돼 그동안 형과 동생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업에 실패한 정씨는 수원과 대전일대를 전전하며 방황하다 한씨와 함께 고향인 강원도로 사냥을 떠났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경원 기자
<kwki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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