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philia(일명 사체애호증) 증상을 보인 범인 박종민
2005년 전북 익산 엽기 살인사건
제2의 유영철 "눈 부릅뜬 사체와 섹스"
출처 : 주간현대
MBN뉴스 화면
최근 전북 익산에서 '유영철 사건'을 연상케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박아무개(23·전북 익산시 신흥동)는 상습적인 절도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게다가 피해자 살해 후 사체를 대상으로 또 다시 성관계를 맺는 엽기적인 행동을 벌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더 저지를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검거되지 않았다면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더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범행의 대담성이나 잔혹성, 검거 후에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제2의 유영철'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박아무개가 첫 살인행각을 벌인 것은 지난 4월8일. 그는 전북 익산 신동 근처에서 절도 대상을 물색하던 중 김아무개 부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발견하고 몰래 2층으로 잠입했다. 집이 비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김아무개의 딸(25)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인기척에 잠에 깬 김아무개는 서랍을 뒤지고 있던 박아무개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박아무개는 그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반항하지 않으면 해치지는 않겠다'고 말한 뒤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겁에 질린 김아무개는 완강히 저항하기 시작했고, 이에 흥분한 박아무개는 그를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박아무개는 특히 숨진 사체를 이불로 둘둘 말아 약 20여m 떨어진 이웃집 옥상으로 옮긴 뒤 성폭행을 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사건 장소를 떠난 후 다시 돌아와 재차 성폭행을 시도하려는 대담함도 보였다. 지난 5월5일 충남 천안시에서 벌어진 사건에서도 박아무개는 이아무개(22)의 원룸에 들어가 책상 서랍을 열고 금품을 훔치려는 순간 잠에서 깬 이아무개가 비명을 지르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반항하면 죽는다!"
경찰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이미 5차례나 강도 강간 등 혐의로 교도소에 드나들었다. 최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시기도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한지 열흘만의 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비명을 지르거나 거세게 반항하는 여성을 주로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모두 박아무개의 범행을 목격한 인물들"이라면서 "여성들이 살고 있는 원룸을 중심으로 범행을 저질러왔고, 자신의 범행사실을 목격한 인물들을 살해했다. 의도적으로 여성들만 골라서 죽인 건 아니지만 성폭행을 하려는 과정에서 박아무개에게 반항하는 여성들을 주로 무참히 살해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평소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범행을 계획해왔다. 절도를 목적으로 한 위협용 흉기였지만 '반항하면 살해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을 접한 경찰관계자들은 무엇보다 박아무개의 충격적인 범행수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장승오 수사관은 "상상을 초월한 충격적인 살인사건"이라면서 "박아무개는 범행현장에서 사체를 상대로 성관계를 가진 뒤, 다시 현장에 돌아와 숨진 김아무개를 상대로 재차 성폭행 하려 했다. 사건 조사 당시 피해자는 눈을 부릅뜨고 사망해 있었는데, 그런 상태에서 성관계가 가능할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체와 성관계를 갖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면서 "박아무개는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절도 행각을 벌인 뒤 범행을 마치면 이미 사망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는 엽기적인 행동을 보였다. 박아무개는 범행을 저지를 때마다 소주 한 병을 먹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아 맹목적 살해와 더불어 '시간'을 즐겼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죄의식 전혀 없다?
그럼에도 박아무개는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경찰조사과정에서 반성의 기미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박아무개는 특히 현장검증에서 소름끼칠 만큼 담담하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을 정도. 경찰들에게 '피해자의 집 냉장고 위치가 바뀌었다'고 직접 설명을 해주는가하면 '목이 말라 물을 꺼내 마셨다'는 내용의 진술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털어놨다는 것.
현장검증을 실시한 한 경찰은 "너무도 담담하게 모든 것을 진술해 오히려 경찰이 놀랐을 정도"라면서 "현장검증에서도 경찰이 묻지도 않는 것을 술술 말해주는가 하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점조차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체와의 성관계에 대해서도 '그냥 하고 싶은데 어떡하겠느냐'고 대답해 경찰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기도 했다.
경찰은 "어떻게 사체와 성관계를 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박아무개는 '욕정이 생겨서'라고 답했다"면서 "사체를 유기하고 도주한 후에도 욕정이 발동하면 다시 범행현장에 돌아와 사체와 성관계를 가지려 했다는 진술에 도저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전혀 거리낌없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측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답변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서슴없이 범행일체를 털어놨다는 것.
박아무개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차피 무기징역 정도가 될 텐데 아무려면 어떤가"며 "성폭행, 살인 등을 더 저지를 계획이었는데 잡혀서 차라리 잘됐다"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 살인하려 했다!"
박아무개는 경찰조사과정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계속 성폭행과 살인을 하려 했다"고 말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의 발 빠른 검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엽기적인 살해사건은 물론,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의미.
이번 사건을 접한 경찰 관계자들은 엽기적이고 대담한 그의 범행수법에 고개를 내두르고 있다. 더욱이 잔혹한 살해수법과 살해 후 피해자를 유기한 대담성 등은 과거 유영철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강력계 한 관계자는 "박아무개 사건이 유영철 사건의 경우처럼 피해자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범행의 잔혹성을 보면 '제2의 유영철 사건'이 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박아무개는 진술 과정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더 많은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좀더 늦게 잡혔더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살해 수법이나, 범행 후 보였던 대담한 행동들만 보더라도 유영철 못지 않은 연쇄살인범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현재 박아무개는 강도강간 살인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사체와의 성관계를 했던 점 등을 미뤄 정신분석 의뢰도 요청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다시는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최근 들어 상식을 뛰어넘는,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범행들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문제는 충격적인 살인에 목적이나 인과관계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엽기적인 범죄가 일어날지 사실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유영철' 박아무개 vs 유영철 심리비교
경찰조사에서 용의자 박아무개는 "비명을 지르거나 반항하지 않는 여성은 해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은 유영철과는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철은 무려 21명이나 되는 부유층 노인과 여성으로 무작위 살인을 저질렀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 하지만 여러 사례를 반추해 볼 때 공통점이 많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공통점1> 잔혹·엽기적
우선 박아무개의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는 점에서 유영철과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대문경찰서 강력계 한 관계자는 "피해자의 수나 범행방식이 틀리긴 하지만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대담하다는 점에서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박아무개의 경우 사체와 성관계를 벌인 점은 정상적인 범죄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없다. 유영철 역시 범죄를 숨기기 위해 사체를 절단해 근처 야산에 유기하는 등 충격적인 범행을 벌였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범죄행동양식"이라고 설명했다.
<공통점2> 무동기 범죄
박 아무개와 유영철의 엽기적 살인행각이 '무동기 범죄'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무동기 범죄'란 범죄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 관계도 찾기 어려운 범죄유형을 지칭하는 말이다.
서울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자신에 반대되는 세력에 대한 반항 심리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아무개는 자신의 범행사실을 목격하고 성폭행하려는 자신의 행동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인 여성 피해자만 살해했다. 유영철이 경찰 조사에서 부유층에 대한 반감과 여성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박아무개 역시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통점3> 불우한 가정환경
일부 범죄심리분석가들은 두 사람 모두 불우한 가정환경을 경험했다는 점을 공통적인 범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유영철은 당시 경찰조사에서 가난과 아버지의 가정 이탈, 전처와의 이혼 등이 범죄의 중요 배경으로 지적됐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용의자 박아무개는 야식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홀어머니와 척추 장애를 안고 있는 형을 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그만뒀다.
<공통점4> 죄의식 "없다"
경찰에 검거된 후에도 죄의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것도 공통적인 모습으로 지적됐다. 유영철은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수사가 허점투성이라면서 오히려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었는가 하면, 박아무개 역시 현장검증 과정에서 경찰이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지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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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그 사건<40>] 스물세 살짜리 엽기살인강도] 스물세 살짜리 엽기살인강도"+" | Daum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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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 입력 2007.11.16
"아이고 끔찍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지난 2005년 4월 8일 새벽 전북 익산시의 한 주택가. 평소 같았으면 조용했을 동네 골목에 이른 새벽부터 주민들이 잔뜩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불상사가 있었던 것을 말해주듯 주택가 주변에는 붉은 핏자국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핏자국이 이어진 한 주택 옥상에선 젊은 여인의 사체가 발견됐다. 나체 상태의 여인은 예리한 흉기에 의해 온몸이 난자된 상태였다. 대체 누가 왜 이 여인을 이토록 참혹하게 살해한 것일까.
↑ 2005년 익산과 천안에서 두 명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이 같은해 8월 드디어 경찰에 붙잡혔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는 범죄행각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SBS TV 촬영
이번에 전북지방경찰청 강력계 장승우 형사가 전하는 얘기는 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저지른 20대 청년과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범죄행각에 대한 것이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근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장 형사는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4개월간의 수사 끝에 검거된 범인은 출소한 지 열흘밖에 안된 스물세 살짜리 청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2건의 살인과 100여 차례에 달하는 강도행각을 저지르는 등 그의 범행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그는 단지 반항한다는 이유만으로 두 명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도 모자라 자신이 살해한 여성의 사체를 농락하는 엽기행각을 보이기도 해 당시 전북 도내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정말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은 일말의 뉘우침도 모른 채 추가범행 계획을 담담히 털어놓던 냉혈한의 모습이었다."
우선 장 형사로부터 사건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들어보자.
"옥상은 그야말로 잔혹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할 정도였으니…. 사체의 상태로 짐작컨대 여인은 살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얼마나 억울했던지 눈도 감지 못했더라. 현장 상황으로 판단컨대 누군가 다른 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사체를 이곳으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조사 결과 피살된 여인은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20m쯤 떨어진 2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던 김인애 씨(가명·당시 25세)로 밝혀졌다. 집 안에 어지럽혀져 있는 옷가지며 집기들로 보아 누군가 김 씨의 집에 침입했음이 분명했다. 또 김 씨의 방에 흥건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들은 사건 당시의 참혹한 정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수사팀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김 씨의 사체에서 성폭행 흔적까지 발견됐다는 사실이었다. 식구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2층까지 올라와 잔혹하고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악마'는 대체 누구일까.
통상적인 수사절차에 따라 수사팀은 사건 당일의 목격자를 찾는 동시에 김 씨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탐문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른 새벽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는 없었고 김 씨의 주변에서도 사건과 연관 지을 만한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할 만한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다음은 장 형사의 얘기.
"우리는 전북지역의 동일범죄 전과자와 최근 출소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탐문수사를 진행했다. 동시에 범인이 다른 지역에서도 범죄행각을 벌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범위를 넓혀 전남과 충남북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인물들까지 일일이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수사팀이 용의선상에 올린 동일수법 전과자 및 지역 불량배의 수는 무려 2만 5000여 명. 또한 수사팀이 취합해 분석한 통신자료도 100만 건에 달했다. 이어지는 장 형사의 설명.
"광범위한 통신수사와 탐문수사를 진행한 결과 유력하게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익산에 거주하던 박용수(가명·당시 23세)였다. 박용수는 익산 살인사건이 일어나던 날 이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사건 당일부터 휴대폰 배터리를 빼놓고 일체 사용하지 않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 그러던 5월 1일 줄곧 꺼져 있던 박용수의 휴대폰이 천안에서 잠시 켜졌다 꺼진 것이 포착됐다. 박용수가 천안에 왔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나흘 후인 5월 5일 충남 천안에서 또 한 건의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천안시 신부동의 원룸에 혼자 살고 있던 이성혜 씨(가명·여·당시 22세)가 흉기에 찔린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관할 경찰서에서 즉시 수사에 착수했으나 좀처럼 뚜렷한 용의자가 드러나지 않아 경찰의 애를 먹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익산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던 전북경찰청 형사들에게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안겨주게 된다. 장 형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당시 우리는 박용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박용수가 뜨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관할서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용수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진 사실이 확인되더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범행을 한 흔적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었다.
천안 이성혜 씨 살인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박용수가 천안에 왔다는 것이 확인되고 난 며칠 후 천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니 더욱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팀은 천안 살인사건 역시 박용수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사건에 대해 더욱 주목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익산 살인사건과 천안 살인사건의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두 사건이 동일인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었다. 다음은 장 형사의 설명.
"두 사건은 피해자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무관한 사건이었다. 천안 이성혜 씨 살인사건에 대해 살펴보던 중 우리는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인 4월 30일 이 씨의 바로 옆집에서 절도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범인이 남긴 것이라고는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이 전부였다. 족적은 유명 브랜드 운동화의 것으로 특이한 문양을 지니고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그 집에서 나온 족적이 익산 김은애 씨의 집에서 발견된 족적과 일치했다는 점이다. 익산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천안까지 넘나들었음을 증명해주는 단서였다.
범인이 한 번 범행을 저질렀던 원룸에 또다시 찾아와 그 옆집에 살던 이 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었다. 특히 수사팀은 두 사건 모두 범인이 주방에 있던 식칼을 흉기로 사용한 점, 비닐장갑을 끼고 범행을 한 점,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점 등 범행수법 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용의자 박용수를 추적하는 작업은 무려 4개월 가까이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8월 7일 박 씨는 후배와 함께 훔친 타를 타고 절도행각을 일삼던 중 연고지 부근에 잠복해 있던 수사팀에 의해 체포된다. 이어지는 장 형사의 얘기.
"전주시 송천동의 한 아파트 부근에서 검거될 당시 박 씨는 '왜 나를 잡아가려 하느냐'며 강하게 저항했다. 여기서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족적 및 수개월에 걸친 통신·탐문수사 결과 등은 이미 박용수가 두 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방증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박용수는 경찰에 와서도 절도만 인정하고 살인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우리는 박용수에게 '(익산 사건) 유전자 확인만 하면 끝난다'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박용수의 표정이 변하는 것이 보이더라. 결국 얼마 뒤 박용수는 '다 말하겠다. 사실은… 내가 다 했다'라고 자백하기 시작하더라."
그렇다면 불과 한 달 동안 두 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박용수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사 결과 박 씨는 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복역하다 그해 3월 말에 출소한 상태였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박 씨는 청소년기를 심하게 방황하며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박용수는 170㎝도 안 되는 키에 왜소한 체격을 지닌 인물로 미남형이었다. 겉보기에 결코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박용수는 모든 범행을 인정한 후에도 놀랄 만큼 냉정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여 오히려 수사팀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당시 출소 후 박 씨는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김인애 씨의 집을 타깃으로 정하고 침입하게 된다. 그러나 집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2층 방 안에서는 김 씨 부부의 딸 김인애 씨가 잠들어 있었다. 다음은 장 형사의 설명.
"금품을 훔치기 위해 집 안을 뒤지던 중 김인애 씨가 잠에서 깬 거다. 박용수는 주방에 있던 부엌칼로 위협하면서 김 씨의 옷을 벗게 한 후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한다. 김 씨가 소리를 지르며 심하게 반항해 살해하고 말았다는 게 박용수의 진술이었다."
그러나 수사팀을 더욱 경악케 한 것은 범행 후 박용수가 보인 엽기행각이었다. 이어지는 장 형사의 얘기.
"일반적으로 범인들은 범행 후 서둘러 현장을 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박용수는 달랐다. 그는 죽은 김 씨를 이불로 둘둘 말은 뒤 20m 정도 떨어진 이웃집 옥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피투성이 사체를 상대로 몹쓸 짓을 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시간'(사체와의 성관계)은 온갖 강력범죄를 담당하는 형사들조차도 거의 경험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박용수는 '택시를 타고 도망치려다 또 그 생각이 나서 한 시간 후 다시 옥상으로 갔다. 그런데 그땐 이미 이웃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 수사팀의 귀를 의심케 만들었다."
박 씨는 그 길로 KTX를 타고 천안으로 올라갔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도피행각을 벌이던 박 씨는 그후 교도소 동기인 한 후배와 함께 충청도와 전라도 일대를 전전하며 100여 차례에 걸쳐 과감한 절도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씨는 또다시 두 번째 살인을 하게 된다. 이어지는 장 형사의 얘기.
"박용수가 두 번째 살인을 하기까지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박용수가 살인에 무감각해져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박용수는 '익산 김인애 사건 당시 성폭행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후에는 일절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치밀했다."
결국 강도살인·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씨는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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